안녕 2024.
사실 상반기에 장황하게 회고를 작성해 놓은 것이 있는데 다시 읽어보니 너무 심각하게 느껴져서 ㅋㅋ
그냥 2024년 회고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간단하게 써보려고 한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쓸거라 두서도 없을 것이다.
누가 읽으실지는 모르겠으나.. 치열하게 1년을 버텨낸 여러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분명 순간순간 괴롭고 힘든 고민의 시간들이 많았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또한 순간순간 즐겁고 벅찬 시간들도 많았는데 말이다.
기억은 신의 선물,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정말 맞을지도?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기록을 해두어야 하는데 작년에 비해 올해는 열심히 많은 것들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냥 지금 떠오르는 것들을 써 내려가보려 한다.
취업, 신입 연수
올해는 사실 취업한 것이 가장 큰 이벤트이자 성과이다.
아직 취준을 하고 있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아찔하다.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상반기는 사실상 교육 듣고 연수 듣고 하느라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짤과 같이 여러 회사 사람들의 이름, 얼굴을 외우고 직급체계를 익히고 동기들과 친해지고 과제를 해내고..
그냥 하나 강렬하게 기억나는 것은 출퇴근이 진짜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ㅋㅋㅋㅋ 지옥철 진짜 어우
정말 신입사원의 패기? 열정?으로 버텨냈다..
또 잠도 못 자고 과제, 프로젝트를 계속하다 보니 후반부에는 면역체계가 무너져서
눈탱이밤탱이마냥 얼굴이 팅팅 부어서 병원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여러분 건강 챙기세요..
돌이켜보니 꽤 열심히 살았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까지 열심히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평가 끝났다고.. 인간은 참 간사하다 ㅋㅋㅋ)
또 그때가 아니면 그렇게 많은 것들을 빠르게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공부하는 김에 조금 더 해서 정보처리기사도 취득했다 !
sqld, 빅분기, 정처기 레스고~
부서배치, 어리둥절
상반기가 지나가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팀에 배치되어 팀원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그냥 시간 맞춰 출근하고 자리에 앉아있기만 해도 힘들다는 것.. 인턴이라도 해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ㅋㅋ
이때는 최대한 같이 일하는 분들을 눈에 익히고, 인사하고, 오고 가는 대화들에 귀 기울이면서 적응하려고 애썼다.
아, 상상이상으로 큰 볼륨의 회사 코드에 압도당해 좌절하기도 했었다 ㅋㅋㅋ
그냥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작은 부분부터 해결하면 되는데(말은 쉽다 ㅎ)
당시에는 조급한 마음에 코드 이해해보겠다고 잠도 줄여가면서 공부 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수천수만 줄의 코드가 있어도 그냥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무섭지 않은 척 하는 듯 ㅎㅎㅎ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근데 뭐 시니어가 되더라도 매일 모르는 게 생기는 직업이니까)
첫 배포와 장애
어느 정도 담당 업무 파악이 되어갈 때쯤(진짜 조금) 갑자기 담당 업무가 바뀌게 되었고 아예 새로운 코드,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생각해 보니 이때도 압박감 씨게 느꼈었다..ㅋㅋ 진짜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당장 처리해야 되는 이슈를 할당받았기 때문이다.
이때 좀 깨달은 것은.. '신입은 모르는 것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망나니처럼 행동하거나, 모르니까 안 해~ 이게 아니라.. 유남쌩)
웬만하면 모든 일들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했던 나로서는 이를 받아들이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혼자 해보는 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마감일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빨리 도움을 요청해 보도록 하자.
(혼자 어쩔 건데.. 어차피 하다 보면 여기저기 연락하고 물어보고 해야 하더라.)
물론 다른 분들께 도움을 청하려고 해도 다들 너무 바빠 보여!! (진짜 다들 바쁘시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최대한 정확히,자세히 파악하고,
시도한 것들을 정리해서 눈치 보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가서 솔루션을 탁 얻어내려고 했다.
이걸 내가 어떻게 해요??? 만 외치다가 어찌어찌 개발을 다 끝냈고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한 후에 첫 배포가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연휴기간에 돌입했고, 집에서 뭔가 쎄함을 느꼈던 나는 혼자 테스트를 더 해보다가 버그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폰에서는 되는데 안드로이드에서는 안 되는.. 끔찍한 버그)
온갖 생각에 사로잡혀 막 혼자 시나리오 그려보고 디버깅해보고 했지만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었고..
불이 다 꺼진 회사에 출근해서 버그를 고치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3시간 정도 꼼짝도 하지 않고 이것저것 해봤는데 결국 고치진 못했다...
그래서 해볼만큼 해봤다 생각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ㅎ..
연휴가 끝나자마자 보고를 드렸고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진 않았다.
정말 잠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었지만... 아무래도 처음으로 개발했던 이슈라 책임감 + 죄책감 같은 것들이 심했다.
다른분께 도움을 요청해서 정말 허무하게 금방 해결해버리고 수정배포가 나갔다.
물론 배포하기전에 테스트를 많이 진행하지만.. 모든 버그를 잡을 수는 없다.
장애와 버그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이럴 때마다 너무 패닉에 빠지지 말고
최대한 차분하게 고쳐내면 그만이라는 마인드셋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민 상담 느낌으로 이 이슈에 대해 여러 선배, 상사분들과도 얘기해 봤는데
다들 신입때는 똑같이 본인 이슈에서 버그 생기면 스트레스 받고 밤새고 했던 순간들이 있다고 하셨다.
이런 거 보면 사람들은 진짜 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ㅎㅎ..
폭풍 취미
취미부자의 취미 돌아보기..
올해는 정말 원 없이 콘서트를 보러 다녔다.
티켓에만 200만원 가량을 태운 것 같다.... 인디, 메이저 할 것 없이 그냥 되는대로 다 다녔다.
(특히 아이유 콘서트를 가본 것이.. 꽤 큰 업적이다. 진짜 아이유가 하늘을 날아다녀요!)
내년에는 이렇게 많이 보러 다니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냥 꾸준히 좋아하는 가수들 공연은 보러 다닐 예정이다.
또한 소박한 버킷리스트였던 직장인 밴드 공연도 했다.
베이스도 배우고 노래도 부르고..
퇴근하고 연습하느라 쉽지는 않았지만 그 짧은 공연순간만큼은 원 없이 행복했다.
가끔 집에서도 가볍게 좋아하는 곡 베이스를 연습하고 있다.
2025년에는 보컬을 제대로 배워볼까 고민중이다.
아 또 하나.. 금연을 했다. 지금 정확히 114일 됐군.
전자담배도.. 나름의 취미의 영역이었다 볼 수 있으니까...
심각한 사유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니코틴에 지배당하는 날 통제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서 끊었다.
전자담배 기계도 버리고 주변에도 다 알리고 아직은 무사히 입에도 안 대고 있긴 한데 이게 참 무서운 게
너무 정확하게, 맛과 향은 여전히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래서 시작을 말아야 한다고...ㅋㅋㅋ
그래도 안 피니까 확실히 오래 집중하기도 편하고 어디 다닐 때 흡연장소 안 찾아도 돼서 편한 부분도 많다.
위스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원래 운동하면서 술을 멀리했었는데.. 어느 순간 위스키 붐에 편승해서 이것저것 모으고 마시고 하고 있다.
커피, 와인, 맥주, 위스키 등 난 마시는 것들이 참 재밌다. 여러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기도 하고, 알면 알수록
너무나도 세세하고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꼭 마시지 않더라도 집에 위스키 병들이 늘어갈수록 보기만 해도 뭔가 마음이 풍족해지는 효과가 있다.
또 가끔 친구를 불러 다양한 위스키를 권하기도 하고 야매 레시피 대로 만들어줘서 반응이 좋으면 참으로 즐겁다.
헬스는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작년처럼 거의 매일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주 3~5회는 가려고 노력 중이다.
올해는 꼭 유산소를 통해서 체력증진을 해보려고 했것만 몹쓸 유산소 기피증으로 인해 정말 단 한 번도 러닝화를 신고 뛰지 못했다 ㅋㅋ
여행
여름휴가를 쓰고 친구와 도쿄에 다녀왔다.
해외여행은 뭔가 학교 다니고 취준하고 하면서 바쁘기도 했지만, 막상 나가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계획 세우기 귀찮아서
오랫동안 안 갔다. 하지만 여름휴가 내내 집에만 있기는 아까워서.. gpt와 함께 간단한 일정을 짜서 다녀 왔다.
하루에 거의 3만보씩 걸으면서 진짜 이곳저곳 다 보고 다녔다 ㅋㅋ
스이카 아이폰에 등록해서 여기저기 찍고 다니는 쾌감이 있었는데..
한국은 올해도 티머니가 안 되는 것을 보아 IT 갈라파고스의 위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단연코 도쿄타워였고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오코노미야키였고 (우설도 먹어봄)
가장 맛있었던 음료는 생맥이었고 (산프몰 생맥, 에비스 밀맥 등 그냥 다 좋았다 확실히 보리맛이 살아있었다)
가장 후회되는 점은 반스를 신고 간 것이다. ㅋㅋㅋ 휴족시간을 찾아 애타게 편의점을 돌아다녔던 것이 생각난다.
내년에는 복잡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휴양지에 가보고 싶다.
1년이라는 시간
1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생각들을 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들이 이리저리 얽히고설키고 쌓여 지금을 이루어 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회사 생활에 대한 고민, 개발 관련 개인 성장에 대한 고민 등
항상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고민은 많다. 하지만 이것들을 전부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도 해결 가능한 것들부터 최대한 해결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이 짧은 글에 나의 1년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2024년은 꽤나 열심히 잘 지낸 것 같다.
2025년은 좀 더 차분하고 초연하게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